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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서 살고 싶다더니 이래 죽어가고 있었소" <사할린 까레이스키를 아시나요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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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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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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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중순 자식들과의 또 다른 이산으로 고통받던 사할린 영주귀국동포들이 '경상북도공동모금회'의 도움으로 사할린으로의 꿈같은 귀향을 통해 혈육을 정을 나눴으나 일부 노인들은 노쇠한 몸을 추스르지 못해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이들의 딱한 처지를 보다 못한 공동모금회측은 모스크바 근교와 하바로스크, 로스토프 등지에서 딸과 아들을 찾아 지난 7월 22일 약 열흘간의 일정으로 한국방문을 주선했다. 녹록치 않은 환경이지만 자신들을 애타게 보고 싶어 하면서도 건강이 좋지 않아 피눈물을 뿌리고 있다는 부모의 소식을 접한 자녀들은 불원천리 한국행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자녀들은 사할린 방문단을 인솔한 대창양로원 관계자에게 부모의 근황과 병세를 물으며 무너지는 억장을 추슬러야 했다. 자신이 먼저 찾지 못한 죄스러움과 일찍이 동행하지 못한 한스러움에 흐르는 눈물을 연신 닦아내야 했다.
아이고, 어무이 어째 이래 누워있나요
경북 고령군의 대창양로원의 한 침상에 누워있던 김순이 할머니는 한시도 잊지 못했던 딸이 자신의 얼굴을 어루만져도 얼른 눈을 뜨지 못했다. 딸은 너무도 많이 늙어버린, 병들고 쇠약한 어머니의 모습에 가슴이 무너졌다. 목이 메어 목소리는 입안에서만 맴돌아 한 마디 말도 내놓지 못하고 짐승처럼 꺼억 꺼억 울음만 토해내고 있었다.
"그렇게 한국에서 살고 싶다 하더니 이래 혼자서 죽어가고 있었소. 아이고, 우리 어무이, 어째 이래 누워만 있소. 불쌍한 우리 어무이…" 딸은 속으로 절규하며 가슴을 치고 또 쳤다. 대창양로원으로 아버지 유유원옹을 찾은 영길씨는 아버지와 나란히 앉아서도 선뜻 말문을 열지 못했다.
너무나 작아져버린 아버지에게 말을 건네면 아버지는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처럼 쪼그라져 있었다. '한국행 비행기에 오를적만 해도 얼마나 건강하고 쾌활하셨던가. 세월보다 그리움에 지쳐 이다지도 늙어 버리셨나.' 아들은 아버지의 한국행을 말리지 못했음을 자책하고 또 자책했다.
그러나 마른 거죽만 남은 아버지는 중년을 훌쩍 넘긴 아들이 더욱 걱정인가 보다. 고작 한 달에 손에 쥘 수 있는 6만원 가량을 통째로 모은 돈을 아들에게 건네며 손자·손녀를 위해 쓰란다. 봉투를 손에 쥔 아들은 아버지의 정에 기막히고 자신의 무력감에 기막혀 했다. 아버지는 "인자 됐다. 니 얼굴을 잊어뿌가 마이 울었다. 인자 니 얼굴 안잊을끼다"며 아들을 오히려 위로한다.
사할린영주귀국동포들의 자녀들은 거의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번이 자신들이 생전에 볼 수 있는 부모의 마지막 모습이 될 것이란 두려움에 어버이의 얼굴을 가슴에 담고 또 담았다. 복지사들의 손길을 마다하고 자신들이 어버이의 손과 발이 되길 원했다. "겨우 며칠만이라도 자식노릇을 하고 가야 한이 남지 않을 것 같아서…"라며 아버지의 낡은 속옷을 세탁하러 나가는 아들의 뒷모습이 처연하다.
짧은 만남의 시간은 어느새 지나가고 대창양로원의 앞마당에는 또 다시 이별의 탄식과 눈물이 뿌려졌다. '어무이 이제 생전에 다시 볼 수 있을라나, 제발 오래 오래 사시오' '엄마, 아이고, 우리 엄마…' '내 걱정은 말고 잘 살아라, 절대 내는 생각하지 말고…'
자녀들을 태운 사할린행 비행기가 이륙하자 하늘도 이들의 슬픔처럼 비를 뿌리고 있었다.
2007-08-09 20:07
ⓒ 2007 OhmyNews (정창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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