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사할린 동포들의 특별한 여성의 날> |
 |
2038 |
|
 |
관리자 |
|
|
 |
2007-05-14 |
|
|
 |
|
 |
<사할린 동포들의 특별한 여성의 날>
[연합뉴스 2007-03-08 17:07]
(인천=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 "세계여성의 날에 남편이 꽃을 안주면 1주일간 밥을 해주지 않았어요."
지난 2004년 영주 귀국한 사할린 동포 김옥련(69.여)씨는 귀국 후 매년 3월 8일이면 언짢았던 기분을 올해야 풀었다. 남성들로부터 꽃다발을 받은 뒤다.
8일 오후 인천 사할린 동포복지관. 사할린 동포 할아버지들이 꽃다발을 들고 돌아다니며 할머니들에게 나눠줬다. 할머니들은 당연하다는 듯 앉아서 꽃을 받았다.
새침한 표정을 지었지만 입가에 맴도는 미소에는 기쁜 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할아버지들은 이어 맥주를 들고 할머니들의 잔을 채웠다. "오소모에 마르따"('여성의날 축하합니다')라는 러시아 말이 넘실댔다.
김씨는 사할린에 거주할 때 여성의 날마다 꽃을 받았다. 러시아에선 관습적으로 남자들의 의무사항이었다. 그러나 귀국 후에는 꽃 한번 받아보지 못했다. 할아버지들이 거동이 불편해 꽃을 사러 나가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한국의 여성의 날에는 특별한 문화가 없었다. 분위기 조성이 되지 않은 것이다.
러시아에서 이날만은 남성들이 앞치마를 두른단다. 물론 음식을 만드는 것도 남성들의 몫이다. 여성들은 식탁에 앉아 신문을 보면서 밥상이 차려지는 것을 기다리기만 하면 된단다.
"여성의 날에는 남성들이 음식을 만들거나 외식을 했죠. 그렇지 않으면 이상한 남성으로 취급받았고 여성들도 이날만큼은 남성들을 하인 부리듯 했어요." 김씨는 과거를 회상하며 살포시 미소를 지었다.
할아버지들도 기분이 좋긴 마찬가지다. 지난해 2월 영주 귀국한 안맹환(76)씨는 "지난해에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데 올해는 풀렸다"고 활짝 웃었다.
"지난해에는 여성의 날에 맨송맨송한 분위기였는데 할머니들한테 괜히 미안하더군요. 꽃을 받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나까지 기분이 좋습니다."
할머니들은 이날도 여성의 날의 기분을 내지 못할 뻔했다. 여성의 날을 앞두고 동포복지관 직원들은 할머니들에게 러시아 이야기를 들은 뒤에서야 부랴부랴 멋들어진 행사를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짜내기 시작했다.
구세주는 인천지역 연예인 봉사단인 '무궁화 연예인 봉사회'. 무궁화 연예인 봉사회는 흔쾌히 동포복지관의 제안을 받아들여 사할린 동포들을 위해 여성의 날 축하행사를 마련했다. 꽃다발도 이들이 준비했다.
오랜만에 받아든 꽃을 꽉 움켜쥔 할머니들은 연예인들의 사물놀이 공연과 열창에 엉덩이를 들썩이다 마침내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할아버지들이 따라 일어난 건 물론이었다.
동포복지관 사회복지사 전아정(27)씨는 "할머니들이 이렇게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 여성의 날을 그냥 넘어갔으면 큰 일 날 뻔 했다"며 "여성의 날마다 할머니들이 기뻐하실 만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lkbin@yna.co.kr
(끝)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