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1.26] 그리움에 하나 둘 … 추억을 빚는다 1167
관리자     2017-01-31



그리움에 하나 둘 … 추억을 빚는다

사할린 동포 어르신들의 설맞이

[2017년 01월 26일]


▲ 25일 연수구 인천사할린동포 복지회관에서 열린 2017 설맞이 행사에 참가한 사할린 동포 어르신들이 손수 만두를 빚고 있다.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항상 이맘때가 되면 사할린에 두고 온 가족들이 생각나. 다 같이 들어왔으면 참 좋았을 텐데 …"
25일 오전 10시. 인천사할린동포복지회관은 여느 때보다 분주했다.

복지관에서 해마다 진행하고 있는 설맞이 행사가 열리기 때문이다.
행사 시작 시간이 다가오자 어르신들이 식당에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날 복지관은 설 행사로 만두를 빚고 강정을 만드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직원들은 각양각색의 한복을 입고 사할린에 있는 자녀들을 대신해 어르신들께 세배를 올렸다.

"만두를 보니 사할린에서 보낸 명절이 떠오르네. 동네 사람들하고 시끌벅적하게 명절을 지냈는데 …. 다들 어디서 잘 살고 있는 건지 문득 보고 싶구려."

복지관에 들어온 지 어느새 20년이 훌쩍 넘었다는 이춘재(85) 할머니는 작은 손으로 야무지게 만두를 빚으며 사할린을 추억했다. 이 할머니는 내 고향에서 생을 마감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한국에 왔다.

사할린 동포 어르신들은 대부분 자녀를 두고 홀로 한국에 왔다. 종종 사할린을 방문해 자녀들을 만나지만 명절이 다가올 때면 더욱 그립다.

경상북도 출신인 장기훈(80) 할아버지는 다섯 살 때 부모님의 손을 잡고 사할린으로 갔다. 탄광일을 하며 부인을 만나 결혼하고 딸 둘을 낳았다. 일본인 밑에서 일해야 하는 사할린 생활이 녹록치 않아 2008년 한국으로 왔다.

"사할린에 있을 때 할머니 할아버지가 명절을 꼭 챙기셨어. 명절 음식도 차리고 제사도 지냈는데 두 분이 돌아가시면서 제대로 명절을 챙긴 기억은 거의 없는 것 같아. 오늘따라 포항에 있었던 작은 집이 그리워." 장 할아버지는 땅콩과 아몬드가 들어간 강정을 둥글게 만들어 옆에 계신 동료 할머니에게 권했다.

지난해 12월 복지관에 들어왔다는 이나가사리(83) 할아버지는 사할린에 있는 동포들 생각에 눈물을 훔쳤다. 러시아 이름을 가진 할아버지는 본인을 편하게 이가라고 불러달라고 했다.

"가족이 하나도 없어서 너무 외로운 마음에 한국으로 들어왔는데 사할린에서 같이 지내던 동포들이 생각나 슬프네요. 같이 올걸 그랬어."

인천사할린동포복지회관에는 총 90명의 사할린 동포 어르신들이 거주하고 있다. 온 가족이 모여 웃음꽃을 피우는 명절. 그러나 먼 길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온 사할린 동포들에게는 함께 하지 못하는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이 더해지는 날이다.

/김신영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