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맞이 행사] '모국서 첫 설맞이' 사할린동포 2세 한일선 할머니 1163
관리자     2016-02-15


<'모국서 첫 설맞이' 사할린동포 2세 한일선 할머니>

하늘위 어머니 '귀향의 꿈' 이뤄 감격
윤설아 기자

사할린동포회관 설맞이 제삿상 차리기11
4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사할린 동포복지회관에서 열린 '사할린 동포와 함께하는 설맞이 행사'에서 사할린 동포들이 차례상을 차리고 있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양친 일제강점기 징용 이주
한평생 고향 그리워한 모친
한풀어 드리려고 영주 귀국
생전 추억 떠올리며 눈시울

"돌아가시기 전까지 고국 땅을 다시 밟지 못한 어머니의 '한(恨)'을 제가 대신 풀게 돼 정말 꿈만 같습니다."

4일 사할린 동포 설맞이 행사가 열린 연수구 인천 사할린동포복지회관. 지난해 12월 영주 귀국해 한국에서의 첫 설을 맞은 한일선(80) 할머니는 더듬거리는 한국말로 소감을 전했다. 한 할머니는 "어머니의 고향이 반갑게 맞아줘 그저 고맙다"며 거듭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한일선 할머니는 1936년 사할린에서 태어난 사할린 동포 2세다. 부모님은 일제 강점기에 국가 총동원령이 선포되면서 사할린에 강제 징용됐다. 이후 한 할머니의 아버지는 철도 공사장에서 혹독한 추위와 노역, 기근을 이기지 못해 이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홀로 남은 어머니 역시 궂을 일을 하며 9남매를 키워왔지만, 영양실조 등으로 어린 자식 4명을 세상으로 먼저 떠나 보냈다고 했다. 한 할머니에게 어린 시절의 기억이라고는 형제들이 세상을 떠나고, 춥고, 배고팠던 고통스러운 기억만이 남아있었다.

힘들기만 했던 사할린의 삶 속에서 한 할머니가 그리던 한국의 모습은 남달랐다고 한다.

한 할머니는 "부모님이 고국을 그리며 한국을 말하곤 했는데, '날씨가 따뜻하고 사람이 살기 좋은 곳'이라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다"며 "한국에 와보니 날씨도 따뜻하고 사람들이 반갑게 대해줘 정말 내가 '조국(고향)'에 왔다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한 할머니가 한국을 찾기까지는 '고심'이 많았다고 한다. 한국어는 부모님을 여읜 뒤로는 쓰지 않아 서툴렀고, 선망은 했지만 정작 한국을 찾으려니 낯설게 느껴졌다. 사고로 남편을 일찍 잃고 농사일을 하며 어렵게 키운 자식들을 러시아에 남겨놓는 것도 눈에 밟혔다.

한 할머니는 "아들과 딸이 처음에는 무척 반대했다"며 "그래도 내 어머니가 살아생전 그리워하던 고향에서 남은 생을 보내도록 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지금처럼 고국에서 지내다가 (돌아가신) 어머니를 만나는 것이 소원"이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대한적십자사가 진행한 이날 행사에서는 한일선 할머니와 김금옥(88) 할머니를 비롯해 92명의 사할린 동포 어르신들이 차례를 지냈고 펠메니(pelmeni·러시아 만두)와 한국 만두를 빚으며 새해 소원을 빌었다.

최고령 최이미(97) 할머니는 어릴 적 사할린으로 이주하면서 헤어진 유일한 혈육인 남동생 권정태 씨와의 재회를 새해 소원으로 빌어 참석자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지난 1997년부터 지금까지 한·일 양국 적십자사를 통해 국내에 영주 귀국한 사할린 동포는 4천여 명에 이른다.

/윤설아기자 say@kyeongin.com